나는 1982년 6월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마산에서 살아온 마산 토박이다.
마산이 제일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너무 대도시가 아니라 붐비지 않고, 너무 작은 도시가 아니라서 갖출 건 다 갖추었다.
여름에 대구처럼 너무 덥지도 않고 겨울은 며칠만 반짝 추울 뿐 일년 내내 눈을 보기 힘든 곳이었다.
이렇게 좋은 마산에서 평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을 좋아해서 놀러가는 애들을 보면 이해를 못했다. 저 복잡한 곳에 왜 가는가?
서울에 살겠다고 이사한 동생을 보면서 신기해했다.
서울에 대한 나의 인식은 복잡하고, 살기 팍팍한 곳, 차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곳. 딱 그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건축일을 시작하고 건축 자원봉사를 위해 전국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울산, 부산, 김해... 그러다 남양주, 인천, 곡성, 군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을 가진 곳에도 다녀보았다.
조금씩 나의 생각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도 살기에 꽤 괜찮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따뜻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서울. 생각지도 않게 서울에서 4개월을 지내게 되었다.
이 때 우리는 한가지 결심을 했다. 마산을 떠나보자. 마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보자.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한층 어른이 되는 느낌이었다.
고향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듯한 느낌.
서울 노원구는 그나마 서울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좀 덜 복잡하겠거니 생각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출퇴근 시간의 도로는 숨막힐 듯 느렸고, 어쩐 일인지 2018년 여름은 대구보다 더 더웠다.
대프리카를 이긴 서프리카의 열기를 느끼면서 지내온 4개월은 서울에 대한 나의 마음을 좀 누그려뜨려 주었다.
깍쟁이 같던 서울 사람들은 의외로 친절했으며, 따뜻한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지하철을 타고 소소하게 다니는 재미, 방송으로만 보던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 역시 방송으로만 보았던 지명들을 지나다니며 그 현장에 있다는 신기한 느낌들이 신선하고 좋았다.
서울. 내가 그동안 너무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던 것인가.
그래서 2019년 2월 우리는 서울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 살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전입신고를 할 때 묘한 느낌이 있었다. 서울살이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었다.
이사를 한 지는 2개월. 실제로 거주한건 1개월. (그간 또 멀리 일을 다녀왔기에)
마산토박이가 4시간이라는 거리감을 가져왔던 서울살이를 시작하며 느끼게 된 이야기들을 조금씩 적으려고 한다.
서울에서 맞이한 첫 봄.
생각보다 좋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북서울 꿈의 숲이 있어서 주말에 다녀왔는데 봄이 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30분 낮잠도 자고
아이들과 개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구경하고
산책하다가 들린 꿈의 숲 아트센터에는 작은 북카페도 있어서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매년 마산, 진해에서 보던 큼직한 벚꽃을 보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건 사실이다.
(서울에도 벚꽃이 유명한 곳이 많지만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하고 시시한 시간들이었지만 서울에도 이렇게 푸릇푸릇한 곳이 있어서 좋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봄. 이 짧은 봄이 가기 전에 더욱 만끽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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