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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목수 이야기

의사소통능력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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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18 - [부부목수 이야기] - 내장목수가 되기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내장목수가 되기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먼저, 내장 목수 하기 좋은 신체조건! 있을까요? 네. 팔다리 길쭉길쭉하고 몸 좋은 사람들을 보면 저희는 "목수하기 딱 좋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정말 부러운 신체죠. 그런데 길쭉길쭉하고 몸좋으면 뭘해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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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포스팅에서 저는 내장목수가 되기 좋은 조건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충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능력"

과연 목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나는 사람관계에 지쳐서 목수가 되려고 했는데, 목수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조금은 그런 케이스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간제 교사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직업이 제게 맞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미성숙한 태도가 저를 너무 지치게 했습니다. 정말 교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목수일도 혼자하는 일이 아닙니다. 현장에는 고객도 있고, 업자도 있고 사수도 있고 후배도 있습니다. 다른 작업자들도 있고 현장을 청소해주러 오시는 분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반장, 사수와의 의사소통은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작업과 직결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능력은 목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늘 강조합니다. 

  • 대답하기

누군가 일을 시켰는데 "네"라고 상대방이 알아듣게 이야기 하지 않고 혼자서 속으로 "오케이" 하거나 고개만 끄덕거린다면 어떻까요? 상대방은 당신이 못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게 되는데 시끄러운 곳이 아닌데도 이 일이 반복되면 상대방은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들었을 때 바로 들었다는 표현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단지 "네"라고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지시를 다시 한번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830미리!" 라고 치수를 알려줍니다. 그럴때 "네"라고 대답을 했지만 실제로는 "840미리"라고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잘못들었다는 사실을 모르죠. 그래서 치수를 알려주면 "네, 830미리요" 하고 들은 내용을 반복해 주면 상대방은 안심을 합니다. 바로 들었다는 것을 확인 했기 때문이죠. 혹시나 내가 잘못듣고 "네, 840미리요"라고 대답한다면 상대방은 다시 정정을 해 줄 것입니다. 

중국집에 전화를 해서 "짜장 둘 짬뽕 하나요." 라고 했는데 사장이 "네"라고 대답하고 끊는 것 보다 "짜장 둘 짬뽕 하나 맞으시죠?" 라고 해주면 안심이 되잖아요. 그것을 생각한다면 대답할 때 들은 내용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의 중요성을 오래 기억하실 수 있을거예요.  처음에는 잘 안되는데, 습관이 되면 편합니다. 

  • 질문하기

누군가 일을 시켰는데, 세부점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혼자서 추리해서 열심히 일해야 할까요? 놉!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확인해야 할 내용들을 질문해서 알아내야 합니다. 초보들한테 일을 시켜보면 그런 때가 있습니다. 무조건 알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물어봐야 할 것이 분명 있을텐데 묻지 않고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면 궁금해집니다. "이 녀석, 뭘 알고서 알겠다고 한건가?" 

질문을 할 줄 하는 것은 능력입니다.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느 벽에 석고를 치라고 말을 하면 확인해야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그 벽의 마감이 무엇인지 알고 1p인지 2p인지 확인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천정 몰딩이 어떤 것인지, 걸레받이가 있는지 그것을 확인해야합니다. 그런 것을 물어봐야지 석고와 석고 사이의 틈이 벌어지는 것이 얼마나 허용되는지, 석고가 바닥과 천정에서 얼마나 떠도 되는지, 석고 이음새의 단차가 얼마나 허용되는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것을 알게 되면 빠르면서도 알맞은 퀄리티로 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팀에서 늘 하던 방식이 다른 팀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함께하는 반장님과 일하는데 트랜스(쭉바리)를 짜야했어요. 합판을 켜서 다루끼와 422로 결합시키는 것인데 평소 본드 없이 짜왔었는데 혹시나 해서 확인을 했더니 본드를 해서 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합판을 한쪽만 붙이는지 양쪽 다 붙이는지도 확인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할 줄 알아야 서로 오해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제대로 알아듣기

제대로 듣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죠. 현장은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들은 내용을 반복해 주는 것은 시끄러운 현장에서의 오해를 줄일 수 있는데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서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현장에 오래되신 분들일 수록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사용하시는데요, 일본어 건축용어들을 좀 알아두는게 좋습니다. 저희는 그런 것들을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상대방이 쓸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야 합니다.

새로 만난 반장님이 저희 팀 막내한테 "덴조 해봤나?" 물어보셨는데 막내가 해맑게 "아니요"라고 합니다. 아니, 분명 천정작업을 가르쳐주고 직접 해봤는데 덴조가 뭔지 모르니 안해봤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럴땐 솔직히 "덴조가 뭐예요?"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일본어 단어들을 좀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처음 듣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젊은 반장님이었는데도 "마즈끼리"(칸막이)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해서 잠시 멍해졌었습니다. 

일본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가네를 맞춘다거나 단도리를 하라거나 다루끼같은 단어들은 워낙 많이 쓰는 용어라 더 느낌이 잘 통하거든요. 점차 용어 순화가 될거라고 기대해봅니다. 

그냥 이해력이 떨어져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기에 좀 난감합니다. 초보일수록 말귀를 못 알아 듣는데요, 못 알아듣고서 아는척 하지 마시고 좀 욕먹더라고 물어봐야합니다. 그리고 공부하셔야 하고, 쉬는 시간에 사수에게 물어보면서 좀 귀찮게 굴어야 합니다. 말도 못알아 듣는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면 발전이 없겠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존심을 버리고 알려달라고 해야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조금만 조사해도 나오는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면 또 노력을 안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기초를 갖추고 조사해보고 물어봐야 설명해줄 맘이 생길 것입니다.  

  • 제대로 설명하기

일을 아주 잘하는데 설명할 줄 모르는 목수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경우는 기공을 넘어서 반장이 되기는 좀 힘들것 같아요. 업자와도 서로 이야기로 확인할 것들이 있고 작업자들에게도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설명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기도 해야하니 그림 실력도 좀 좋아야 합니다. 어디에 뭐가 어떻게 붙어야 하는지 천장 모양을 어떻게 할건지 말로만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기에 그림으로 입체감있게 표현해 주어야 작업자들이 실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케치를 기본적인 내용이라도 조금씩 공부하면 좋습니다.   

특히 고객과 직접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는 더욱 이 능력이 필요한데요, 고객들은 건축용어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문에 일반용어로 풀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를 파악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맞춤형 설명이 필요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추리하지 말고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다시 설명해 줄줄 알아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지 않은 직업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내용은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알아듣고 제대로 일하는 "제대로 된 목수"가 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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