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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목수 이야기

내장목수가 되기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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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장 목수 하기 좋은 신체조건! 있을까요?
네. 팔다리 길쭉길쭉하고 몸 좋은 사람들을 보면 저희는 "목수하기 딱 좋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정말 부러운 신체죠. 그런데 길쭉길쭉하고 몸좋으면 뭘해도 잘할듯 해요ㅎ
다행이도 내장목수는 대단한 근육질이 아니라도 할수있습니다. 오히려 마른 기술자들을 많이 만났었는데요, 식사도 많이 안하시더라구요. 배나오고 살찌면 일하기 힘들다고 일부러 적게 드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구와 자재가 엄청 무겁고 그런게 아니라서 가능한것 같아요. 그러니 여자인 제가 할만한 작업들이 많습니다. 저는 여자치고 힘이 센편이긴한데 12T 엠디 드는거는 못하겠더라구요. 9T엠디 원장은 들수있는데 남자분들은 아무리 힘 없어보여도 저보다는 잘 들수 있을겁니다^^
진짜 졸라맨처럼 삐쩍 마른 동생도 수년째 잘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자라는 이유로 배려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자재양중할때 무거운거 드는건 빼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그래도 근력을 더 키우고 싶긴합니다.

키는 크면 유리합니다. 저는 155의 작은키로 불편함 전혀없이 살아오고 있었는데 목수일을 시작한 후로는 키가 작은게 불리하게 작용하더군요. 천장작업할때 다른 일꾼들과 높이가 안맞아서 불편하고 남들보다 몸을 더 뻗어야하죠. 키가 작은만큼 팔도 짧으니 멀리 뻗어 작업하는 것도 힘겹고, 사다리를 더 자주 옮겨가며 일해야 하는겁니다. 키크고 팔길면 좋아요. 천장 낮은 아파트 정도는 우마없이 작업하시겠더라고요.

 
목수가 노가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목수는 정말 머리가 좋아야 합니다. 학교공부 잘하는것 보다는 수학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공간지각능력, 창의력등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단순히 암산이 빠른것도 유리하게 작용할순 있지만 그것보다는 마감재 두께에 따라 시작치수, 재단치수를 정해야 하기때문에 좀더 복합적인 수학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현장마다 늘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응용력, 창의력이 꼭 필요해요. 일하다보면 자동으로 잘하게 되는게 아닙니다. 많은 생각과 계산, 고민을 반복해야 잘하게 됩니다
이런 계산 귀찮은 분들은 내장목수 하기 힘드실거에요.

성격이 꼼꼼해야 합니다. 저는 정확한 치수를 재고 정확히 재단하는게 재밌다고 느끼는데요, 그걸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물론 목조주택같은 외장일도 정확한 치수를 맞추는게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장일은 마감이다보니 좀 더 세밀한작업들이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톱다이셋팅이나 각도톱 세팅을 정확히 하는것이 중요하고, 직각, 수직, 단면이 잘 맞을수록 좋은 목수라고 할수있죠. 빨리 해치우는것만 중요시하는 업자들도 가끔 있지만,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예쁜걸 원하는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체 조건보다 일머리, 센스, 두뇌, 섬세함 이 더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됩니다. 진짜 키도 크고 팔다리 길고 힘도 좋은 동생을 데리고 일해 봤는데 그 몸을 왜 저렇게 밖에 못쓸까 안타까웠던 적도 있어요. 생각, 고민없이 일하니까 수년째 일해도 기공으로 발전할 기미가 없어보이는 동생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장목수로서 재밌게 일하고 돈벌고 잘 살수있긴하죠. 하지만 진짜 실력좋은 기술자들도 계속 기술발전을 위해 노력합니다.  '1등 목수'가 되려고 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목수'가 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받는 일당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목수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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